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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의 선구자, 정지용 최초의 동시집 출간!
아이의 눈에 할아버지는 요술쟁이 같다. 분명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하늘이었는데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날씨를 예측하는 늙은 농부의 지혜를 감탄하는 이 시는 영락없는 동심의 시다. 정지용이 한국문학사에 남긴 발자취와 그 존재감은 막대하다. 시를 순수한 예술의 경계 안으로 이끈 모더니스트, 서정시 장르를 독보적으로 개척한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였던 그는 김소월, 한용운 등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읽고 사랑하는 시인이다. 또한 여러 문학잡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등 청록파를 발굴하고, 이상과 윤동주의 시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모로 한국문학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문인인 정지용은 동시문학에 있어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지용 시인은 1926년 [학조] 창간호에 동시 5편을 발표한다. 당시는 동요문학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시대로, 일제 강점기에 문화운동의 한 방편으로 동요를 보급하는 일이 널리 성행했다. 그러나 이때의 동요시란 곡조에 붙인 노랫말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 데 반해 정지용이 발표했던 5편의 시는 자유시 형식의 엄연한 동시로서 선구적인 면모를 보였다.
또한 훗날 1935년에 직접 펴낸 첫 시집 정지용 시집 에 동시도 함께 수록하는데, 그간 발표한 시조는 수록하지 않은 것과 비교되는 것으로, 그가 ‘동시도 시’라고 여겼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후배 시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쳐 대표적인 청록파 시인들은 모두 동시를 발표했으며, 그중 박목월 시인은 뛰어난 동시를 많이 남겨 아동문학사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정지용 시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윤동주 시인도 여러 편의 동시를 남겼다. 엮은이 전병호 시인은 ‘정지용 시인이 동시를 쓰지 않았다면 청록파 시인이나 윤동주 시인이 동시를 썼을까요. 아마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해설한다.
제1부_ 해바라기 씨
할아버지|해바라기 씨|별똥|홍시|산 너머 저쪽|지는 해|굴뚝새|호수 1|호수 2|산에서 온 새|삼월 삼짇날|병|겨울밤|넘어가는 해
제2부_ 종달새
띠|바람|종달새|산소|바다 1|바다 2|바다 3|호면|말|무서운 시계|딸레|무어래요|비둘기|숨기내기|산엣 색시, 들녘 사내
제3부_ 향수
겨울|향수|고향|유리창 1|피리|바다 4|난초|내 맘에 맞는 이|달|백록담|기차|바다 8|말 2
정지용 시인과 동시 이야기 /전병호
동시를 읽고 있는데 1930년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지용 시인이 동시를 썼다는 사실도 몰랐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이 책은 정지용 시인의 동시를 묶은 첫 동시집이다. 엮은이는 한 권으로 엮기엔 편수가 너무 적고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동시가 더러 있어서 이제야 소개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동시를 읽고 있으면 시가 말하는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는데, 삽화와 비슷해서 더 선명해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낯선 언어 때문에 종종 멈추게 된다. 그럴때 먼저 추측을 해보고 읽고, 주석의 도움을 받아 뜻을 다시 대입해서 이미지를 더 구체화 시켜 본다. 그러다 보면 정지용 시인이 살려 쓰고 있는 전통적 리듬도 느낄 수 있고, 동시에서 점점 시로 나아가는 흐름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신조어, 줄임말, 한글 파괴 등 언어의 피로함 속에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맑고 아름다운 우리 언어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이 시들이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쓰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조선시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신변의 위협을 당하 는 때였음에도 정지용 시인은 굴하지 않고 꾸준히 우리 말로 동시를 썼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감정 표현과 항일 의식의 표출 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읽었을 때와 알고 난 뒤에 읽어보면 시가 더 마음 찡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본 유학시절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시며, 그곳에서 징용으로 끌려 온 동포 노동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는 더 그랬다. 이런 역사적 발자취가 남겨져 있는 시를 그동안 몰랐다는 사실이 미안할 정도였다. 또한 정지용 시인을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 로 부르는 이유는 동시 장르가 형성되기 전에 이미 문학적으로 탄탄한 동시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청록파 시인을 발굴하고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정지용 시인이 시집에 동시를 실었기 때문에 그에게 영향을 받은 시인들도 함께 동시를 썼고, 당시의 동시문학이 풍성해졌다. 이렇듯 많은 의미가 담긴 정지용 시인의 동시를 오랫동안 읽지 못한 건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의해 납북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시를 들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이라도 그가 남긴 동시를 어린이들이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삶을 뒤흔든 역사의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동시로 대변한 정지용 시인의 정신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한글보다 외국어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 안에서 바르지 않은 우리말이 사용되고 생겨나고 있다. 정지용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잠시나마 현재 우리가 쓰는 잘못된 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시가 담고 있는 기본적인 즐거움과 올바른 언어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되짚어 볼 수 있는 의미가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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