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철학의 시대

caje 2024. 2. 7. 17:06


강신주의 『철학의 시대』는 재미있는 책이다.아주 독창적이지도 않고, 그리 깊게 들어가지도 않다. 비슷한 내용으로 독창적이라면 (내가 읽은 책 중에선) 리링의 『논어, 세 번 찢다』가, 깊이라면 이중톈의 책들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특별히 중국의 시각이 아니라 한국의 시각을 드러내지도 않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면으로 재미있다는 얘기는 아니다)그러나 그럼에도 재미있고, 유익하고, 잘 읽힌다. 재미있다는 것은 텍스트를 모든 사람이 다 인정하는 대로, 잘 알려진 대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유가가 언제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이 되었는지에 대한 것이라든가, 시대마다 더 각광을 받았던, 그래서 더 우선시되었던 사상이 조금씩 달랐다는 점. 특히, 지금은 거의 들어보지 못하는 인물이 그 당시에는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 등등은 (물론 그 전에도 읽어본 적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재미있게 다가온다. 유익하다는 것은,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해석해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이전의 역사에서 제자백가의 사상이 만개하여 다시 한 나라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텍스트를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진면목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군데군데, 한두 구절씩 적극적으로 그 텍스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는 것은 역사를 바라보고, 책을 읽는 자세 등등에 어떤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면, 강태공에 관한 내용이 그렇다. 우리는 낚시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다 문득 발탁되어 업적을 남긴 이 정도로 강태공을 알고 있지만, 역사 속으로 적극 진입하여 바라보면 주나라 이전의 중국이 보인다는 것을 강신주는 알려주고 있다. 강신주는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그 시대적 특수성만이 아니라 보편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이는 어려운 문제다. 지금은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이를테면 산 사람을 임금과 함께 매장하는 풍습 같은 것은 그 시대적 상황에서 당연한 것이었으니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것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도덕과는 상반되니 비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왔다갔다하는 것이 사실이다. 강신주는 대체로 후자 쪽이다. 그래야 지금의 도덕이 보편적인 법칙 위에 세워진 것이 되는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분명 필요하지만, 그걸 그대로 인정하고 납득해버리는 것은 어쩌면 지금에도 특수한 상황에 오면 비인간적인 탈출구를 찾는 것이 용인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는 측면에서 역사에서 보편성을 중시하는 것은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의 대문을 여는 책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2013. 9)
제자백가의 귀환, 철학이란 무엇인가

전쟁과 살육의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는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으로 고통과 상처에 신음하던 시대였다. 제자백가 철학은 혼란의 시대에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규칙과 논리를 도모한 사상가들의 고민과 분투의 산물이었다. 강신주는 동양 고전이 가진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색깔을 걷어내고 전쟁과 혼란의 시대에 치열하게 맞선 제자백가 철학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강신주는 현실에 개입하고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철학의 실천적 속성을 강조하며 제자백가 철학의 정치철학적 위상을 부각시킨다. 그럼으로써 제자백가 철학을 단지 옛날 성현의 말씀이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과 연결시킨다. 2500년 전의 제자백가를 불러내는 이유다.

동양철학 전공자이면서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능하고 철학과 문학을 넘나들고 이성과 감성을 겸비한 대표 철학자 강신주의 본격 저작! 동양 고전이 가진 예스럽고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색깔을 걷어내고, 전쟁과 혼란의 시대에 치열하게 맞선 제자백가 철학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전쟁과 살육의 시대, 춘추전국시대를 정면 돌파하려 했던 관중, 공자, 손자, 오자, 묵자, 양주, 상앙, 맹자, 노자, 장자, 혜시, 공손룡, 순자, 한비자 등 불꽃 튀는 사유의 경연이 펼쳐진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프롤로그

Ⅰ. 중국 고대사의 낯선 풍경들
1. 잔혹한 신정국가, 상나라
갑골문의 우연한 발견
잔혹했던 상나라의 제사
왕의 무덤에 얽힌 사연

2. 천명과 예의 국가, 주나라
주족과 강족 사이의 감춰진 비밀
위민 정치의 숨겨진 속내
귀족들만의 예절, 주례
주나라 사람들이 살던 방식

3. 혼란과 새로움의 서막, 춘추전국시대
전쟁 양상의 근본적인 변화
지식인 계급의 대두, 혹은 제자백가의 탄생
편작의 의술, 혹은 동양적 몸의 발견
동양적 가부장제와 그에 대한 엇갈린 반응들

Ⅱ. 고대 경전 들여다보기
4. 주역 과 점의 숨겨진 논리
주역 의 구성, 역경 과 역전
역경 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춘추시대의 역경 사용법
점의 숨겨진 논리

5. 춘추 의 정치 세계, 신정정치로부터 세속 정치로의 전환
신적 세계로부터 거리 두기
전쟁에서 피 냄새를 제거하려는 진정한 속내
두 가지 정치체제, 화와 동 사이에서
공자가 성문법을 거부한 이유

6. 시경 이 보여주는 고대 중국의 생활 세계
제사를 통해 본 귀족들의 삶과 무당의 역할
시에 비친 민중의 사계절
전쟁의 와중에도 피어오른 애달픈 부부애
청춘 남녀의 격정적 사랑 노래

Ⅲ. 제자백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7. 제자백가 분류의 계보학
제자백가를 바라보는 시선의 기원
사마천 부자의 은밀한 갈등
회남자의 제자백가 사상사
한 제국 지성계의 패러다임 변화

8. 제자백가가 바라본 제자백가
공자와 묵자의 눈에 비친 춘추시대 지성계의 풍경
전국시대 제나라 직하에서 바라본 사상의 파노라마
천하 통일 직전의 지성계 동향
춘추전국시대 사상사의 문법

에필로그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