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책의 제목을 읊조리고 잊자면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움이 묻어난다. 포근하고 따스하고 정감이 넘치는 느낌이다. 사실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을 떠올리면 거창한 요리가 생각나지는 않는다. 함께 도란도란 밥을 먹는 분위기, 의기투합하여 급작스레 차려낸 밤참, 다시 갈수 없는 그 시간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이 책『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은 제목만으로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책이다. 나에게는 읽고 싶고, 읽어야만 했고,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이야깃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책에는 박완서, 최일남, 신경숙, 성석제, 공선옥, 홍승우, 정은미, 고경일, 김진애, 주철환, 김갑수, 장용규, 박찬일의 글이 실려 있다. 한 사람만의 글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사람들이 기억하는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박완서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 최일남 전주 해장국과 비빔밥 , 신경숙 어머니를 위하여 , 성석제 묵밥을 먹으며 식도를 깨닫다 , 공선옥 밥으로 가는 먼 길 , 홍승우 음식에 대한 열 가지 공상 , 정은미 초콜릿 모녀 , 고경일 나베요리는 한판 축제 , 김진애 요리, 요리를 축복하라 , 주철환 바나나를 추억하며 , 김갑수 에스프레소, 그리고 혼자 가는 먼 길 , 장용규 줄루는 아무 거나 먹지 않아 , 박찬일 투박한 요리 요정 나의 어머니 가 실려있다.
우리는 음식 맛을 잃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것은 바로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이다. 그 아련한 맛, 그 음식과 함께한 그리운 사람. 갓지은 밥을 크게 한술 떠 입에 넣으면 유쾌하고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하나둘 생각난다. 2015년에『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을 새롭게 펴내는 까닭이다. (한길사 편집부)
먼저 박완서의 메밀칼싹두기 가 나온다. 칼싹두기가어떤 음식인지 글을 읽다보면 어렴풋이 짐작한다.밀가루로 하는 칼국수보다 면발이 넓고 두툼하고 짧아서 국수보다는 수제비에 가까운데, 그건 아마 꼭 그렇게 해야 된다는 조리법이 있는 게 아니라 메밀가루가 밀가루보다 더 차지기 때문에 저절로 그리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한국인이어도,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서로 기억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그래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칼국수를 떠올리기도 하고, 수제비가 생각나기도 하는 등 내 기억속의 음식과 오버랩되며 머릿속에 음식을 그린다.
땀 흘려 그걸 한 그릇씩 먹고 나면 뱃속뿐 아니라 마음속까지 훈훈하고 따뜻해지면서 좀전의 고적감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이렇게 화목한 집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기쁨인지 감사인지 모를 충만감이 왔다. 칼싹두기의 소박한 맛에는 이렇듯 각기 외로움 타는 식구들을 한 식구로 어우르고 위로하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19쪽)
신경숙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추억의 맛을 떠올리고,음식의 식감을 감각적으로 느끼며 읽어나가서 그렇기도 하고, 아는 맛을 맛깔스럽게 표현해내서 입에 착착 감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을 찾기 시작하는 일은 마흔이 지나서부터인 것 같다. 어렸을 땐 싫어했던 것도 마흔줄에 들어서면 그 냄새와 맛을 용케도 기억해낸다. 가끔 길을 가다보면 보리밥집이 자주 눈에 띄는 것도 보리밥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게다. 보리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일부러 보리밥집을 찾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어떤 사람이 삼청동에 보리밥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면서 점심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비좁은 집이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깡된장에 보리밥을 비벼먹는 사람들은 대개가 쉰이 넘은 분들이었다. 그 속에 섞여 나 역시 보리밥을 깡된장에 비벼먹는데 이 생각 저 생각이 다 났다. 아마 그 순간 나는 보리밥을 먹었던 게 아니고 어린 시절을 먹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59쪽)
이 책에는 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짤막한 에세이가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만화가 홍승우는 만화로 음식에 대한 열 가지 공상을 그려냈다. 수수팥떡, 참게장, 강된장과 호박잎쌈, 전주 해장국과 비빔밥, 묵밥, 초콜릿, 나베요리, 바나나, 커피 등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음식들은 화려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닌 소박하고 은은한 추억같은 맛이다. 음식 자체보다는 음식에 얽힌 추억이 담겨있어서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느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짓게하기도 하고 미소를 짓게도 만드는묘한 책이다. 다른 추억, 같은 감동이리라 생각된다.
여기 대한민국 최고의 글쟁이, 그림쟁이들이 모였다. 무슨 거창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먹고사는 얘기를 소박하게 한 상 담았을 뿐이다. 이들의 빼어난 글솜씨, 화려한 그림솜씨도 이번만큼은 그들의 진솔한 삶의 얘기를 담아내는 데 충실했다. 그래서일까? 소소하고 사소한 얘기가 삼삼하게 배어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 자신의 얘기처럼 다가온다.
먹는 얘기로 떠들썩한 세상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먹는 것도 아니다. 음식은 있어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음식이 눈앞에 있지만 허기를 채우지는 못한다. 이 배고픔을 달래고자 사람 얘기를 모았다. 음식에 추억을 버무려 먹는 사람들. 그래서 강된장과 호박잎, 고구마 ‘따위’만으로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그 아련한 맛, 그 음식과 함께한 그리운 사람. ‘그런’ 사람들의 ‘그런’ 음식과 ‘그런’ 얘기에는 힘이 있다. 배고픈 독자들의 허기와 마음을 채워주는 힘 말이다.
다시 한 번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기나긴 봄날의 밥티꽃나무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_ 박완서
전주 해장국과 비빔밥 _ 최일남
어머니를 위하여 _ 신경숙
묵밥을 먹으며 식도를 깨닫다 _ 성석제
밥으로 가는 먼 길 _ 공선옥
음식에 대한 열 가지 공상 _ 홍승우
초콜릿 모녀 _ 정은미
나베요리는 한판 축제 _ 고경일
요리, 요리를 축복하라 _ 김진애
바나나를 추억하며 _ 주철환
에스프레소, 그리고 혼자 가는 먼 길 _ 김갑수
줄루는 아무 거나 먹지 않아 _ 장용규
투박한 요리 요정 나의 어머니 _ 박찬일
- Total
- Today
- Yesterday
- 사막으로 난 길
- The Doghouse
- 어떤 날 8
- 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 THE ART OF 미녀와 야수
- 보고 시픈 당신에게
- 기독교의 발흥
- 아이디어 블록 + 크리에이티브 블록 세트
- 근대일본의 국제질서론
- 게임하듯 승리하라
- Disney Fun to Read Set 3-01 : A Fairy Tale
- 내 꿈은 야구왕
-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경계의 린네 24
- 해방의 비극
- 엄마 꿈 속에서
- 아름다운 부자 이야기
- 여자끼리니까 2
-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
- 플레이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새로운 세계
- [합본] 사랑은 진품명품 (외전증보판) (전2권/완결)
-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1
- 28년 만의 약속
- 약이 되는 밥상 1
- 주나라와 조선
- 포트레이트 인 재즈
- [고화질] 열혈강호 37
- 커다란 순무
- 갓 월드(GOD WORLD) 02권 (완결)
-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