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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선집 1

caje 2024. 1. 26. 08:04


아Q정전을 수 년 전에 읽었다. 그때도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열강에 둘러싸여 청맹과니처럼 그들에게 온갖 이권을 내주고 무기력한 조국의 모습을 통렬하게 비판한 그의 칼날 같은 글을 읽으면서 글이 가진 힘을 실감했었다. ‘글을 쓰려면 100년은 인구에 회자되는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이런 단 한마디의 감상문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의학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루쉰은 일본의 의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 강의시간에 일본 군인들이 포로로 잡힌 중국인의 목을 베는 것을 재미삼아 구경하던 중국 동포들의 모습이 담긴 시사영화를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고, 육체적 질병을 고치기보다는 중국인의 정신적 개혁과 무기력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여 의학을 포기하고 문학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우리말로 특별한 뜻도 없는 아무개, 개똥이 수준의 이름 아Q는 한마디로 어이없는 정신 수준의 마을 천덕꾸러기다. 동네 한량들에게 행패를 당하면서도 스스로를 업신여기고 낮추는 데에 있어선 첫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업신여기고 낮춘다’는 말만 빼면 자기가 첫째가는 사람인 것이다. 일종의 ‘정신 승리법’이다. 이런 묘한 방법으로 적수들을 이기고는 기분이 좋아서 술집으로 달려가 술을 몇 잔 들이켜고 유쾌한 기분으로 돌아와 토지묘에서 고꾸라져 잔다. 한마디로 아큐란 인간 자체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다. 루쉰은 아큐를 통해 중국인의 뇌수에 박혀 있는 뿌리 깊은 대국주의(大國主義)와 봉건성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1920년대 열강의 이권 앞에서 바람 앞의 촛불 같던 중국 대륙에서 반봉건의 기치를 내걸고 불타오르던 신해혁명의 불길도 각성되지 못한 채 한없이 수동적이었던 대다수 중국인민들과 그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삼은 혁명 지도부의 비전의 부재로 인해 사그라들고 말았던 것이다. 루쉰이 아큐를 통해 상징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1920년대 청나라, 그 자체인 것이다. 루쉰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중국이 처한 현실과 개혁의 당위성을 목청껏 외치지 않고 작품 그 자체에 녹여 뛰어나게 형상화하고 있다. 아큐란 어떤 인간형인가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는 것조차 자신에 대한 질투라고 생각하고, 자기보다 힘 센 자에게는 비굴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비웃고 경멸하는 사람, 가짜 양놈에게 지팡이로 맞고 그 분풀이를 비구니를 희롱하는 것으로 푸는 아큐, 요즘 세상엔 아큐로 차고 넘친다. 얼마 전에 읽은 장정일의 ‘공부’란 책에서 그가 진보를 가로막는 자신 안의 레드 콤플렉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겠다고 했는데, 나도 내안의 아큐스러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얼마 전에 있었던 교원평가에서도 아이들과 소통에 있어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교원평가의 방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자기 잘난 맛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고집스러움의 결과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을 해석할 때 나는 나의 관점에서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나의 모습을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소통하지 않으면 썩고, 썩은 물에서는 어떤 개혁도 이루어질 수 없다. 권위와 위계와 허위의식이 판을 칠뿐. 아무쪼록 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으로 주변의 현상과 나를 들여다보아야겠다. 부단히......
중국의 유명한 작가이자 사상가인 노신의 대표작들을 선별하여 번역한 것. 소설, 논평으로부터 서한, 일기에 이르기까지 노신의 작품이 총망라되어 있다. 작품마다 그의 사상과 예술성이 잘 반영되어 있어 그의 진명목을 알 수 있다. 독자들이 노신의 독특한 표현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한자를 병기했으며, 중국의 풍습, 문화, 역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을 넣었다. 이 선집은 1981년에 발간된 북경 인민문학출판사판 의 5차 인쇄본(1998년 인쇄)를 저본으로 했으며, 주석은 이를 기초로 하되 이미 국내에 나와 있는 여러 판본을 참조하여 수정 보완했다.

역자 서문
노신의 삶과 문학

외침
머리말 I 광인일기 I 공을기 I 약 I 내일 I 사소한 사건 I 풍파 I 고향 I 아Q정전 I 오리의 희극 I 제놀이를 비롯한 총 11편의 소설

방황
축원례 I 술집에서 I 비누 I 장명등 I 구경거리 I 고 선생 I 고독한 사람 I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다 I 이혼을 비롯하여 총 16편의 소설

들풀
머리말 I 가을밤 I 그림자의 작별 I 복수 I 희망 I 눈 I 연 I 아름다운 이야기 I 길손 I 잃어버린 좋은 지옥 I 무너진 선의 전율 I 견해를 밝히는 방법 I 이러한 투사가 있어야 한다 I 총명한 사람과 우둔한 사람과 종 I 책갈피 속에 끼워두었던 나뭇잎 I 담담한 핏자국 속에서를 비롯하여 총 16편의 수필

조화석습
머리말 I 개, 고양이, 쥐 I 키다리와 I 24효도 I 오창회 I 무상 I 백초원에서부터 삼미서옥까지 I 아버지의 병환 I 사소한 기록 I 후지노 선생 I 범애농을 비롯하여 총 12편의 자전적 수필

고사신편
하늘을 보수하다 I 달나라로 I 물을 다스리다 I 고사리를 캐다 I 벼린 검 I 관소를 떠나다 I 치지 말라 I 죽은 자의 소생을 비롯하여 총 8편의 역사소설